20140711
기드온은 이것들을 가지고 에봇 하나를 만들어, 자기가 사는 오브라 성읍에 두었다. 그러자 온 이스라엘이 그 곳에서 그것을 음란하게 섬겨서,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되었다(사사기 8:27).
잘 참고 있다가 마지막에 버럭 화를 내는 바람에 공든 탑을 무너뜨린 기억이 꽤 있습니다.
“언니는 제일 결정적인 순간에 옆에 없었어”라는 동생의 원망을 들었던 기억도 제법 있습니다.
그때마다 참 억울했습니다.
아니,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그동안 도와준 숙제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기드온은 제법 훌륭한 사사였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실존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고, 말씀에 질문하는 신중함도 있었습니다(6장).
300명만 남겨두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순종했고(7:1-8), 자신에게 괜히 트집잡는 에브라임 사람들을 겸손한 말로 진정시킬 줄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8:1-3).
미디안과 싸워서 이긴 사건은 시편과 이사야서에도 언급될 정도로 큰 하나님의 구원역사였습니다(시 83: 사9-10).
왕으로 모시겠다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 오직 주님께서 여러분을 다스리실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멋진 지도자였습니다.
그런데 므낫세 지파인 기드온이 제사장만 입을 수 있는 에봇(출39)을 왜 만들었을까요?
어쩌다 이 일이 자신과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되어버렸을까요?
사사로서 하나님의 뜻을 보다 분명히 분별하기 위해서 에봇이 필요했을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만들라고 하신대로 만들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섬기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께 제사드릴 때 쓰는 것이니 오히려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적들에게서 탈취한 전리품으로 만든 에봇은 참으로 자랑스러웠을 것입니다. 믿음직스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공든 탑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기드온이 이스라엘에게 선을 베풀었지만 아무도 그 가족에게 은혜를 갚지 않았습니다(34절).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다스리는 하나님을 기억하지 않았습니다(35절).
이스라엘은 끝내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겼습니다.
하나님을 알고 순종하고 그분께 쓰임받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입니다.
남들이 알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기드온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그 은혜와 감격이 올가미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 앞에서 날마다 자신을 살피고 더욱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의 동기,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겸손히 순종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now he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620 인생역전 (0) | 2014.08.01 |
---|---|
20140627 빨간 딱지 붙은 인생 (0) | 2014.08.01 |
20140718 사건의 재구성 (0) | 2014.08.01 |
10240725 왕자의 친구 (0) | 2014.08.01 |
20140801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0) | 2014.08.01 |